어머니랑 남편이랑 나랑 저녁 식탁에 앉았다.
'이번주 토요일은 모임에서 태안반도 가는데 우린 못가게 생겼당게요.'
남편이 어머니한테 하는 말이다.
'어디? 누구랑..'
'어...장신이형이랑 하는 모임 있잖어. 거기서 부부동반으로 바다보러 가기로 했는데
동네 행사 있잖어.'
'긍게. 왜 날짜를 그렇게 잡았다냐?'
'그 날짜는 진작에 잡아놨었는데 동네에서 날짜를 초복에서 중복으로 중복에서 다시
이번주 토요일로 옮겼잖어. 그래서 그런거지.'
'긍게 왜 날짜를 몇번씩이나 바꾸고 그런다냐.'
'어쩔수 있어. 우리가 포기해야지.'
사실 아쉬움이 좀 크다. 원래는 가족동반모임에서 물놀이 가기로 했던 날이였는데
이차저차해서 깨지고 쫌 아쉬워 했는데 다른 모임에서 바다나들이 간다는
연락이 와서 꾀나 기대했던 터였다.
동네 어르신들 점심드신다는데 모른척 할수 없는 우리집 남자 입장이 있는것이다.
그냥 모른척 갔다 오라고들 하지만..
노인회장님께서는 남편의 추천으로 노인회장님이 되셨는데 이동네가 쫌 그렇고 그래서
고생이 엄청 심하신터라...노인회장님 보고는 절대로 비울수 없는 자리인것이다.
'점심 행사 끝나고 처갓집이나 다녀오려고..'
'어?'
'정읍 다녀온다구요. 애들 방학도 끝나가고...장모님이 애들 보고싶다고 그러셔서
토요일날 갔다가 일요일날 올께요.'
'.....................그려라..' 시큰둥하시다.
그런 어머니를 눈치챈 남편이 이런말 저런말들로 어머니 기분을 풀어드리려 노력하고..
사실 좀 놀랬다.
이상하지 아무것도 아닌일들을 우린 참 어렵게 어렵게 살았다.
행사나 명절때 아님 네식구 함께 정읍에 가서 자고 온적 거이 없다.
가깝다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아버님 계실때는 당연 그래야 하는줄 알았고 나 혼자 아이들 데리고 움직이거나
함께 움직이는날이면 늦은 밤이라도 돌아와야 했다.
아버님 돌아가시고는..
어쩌다 친정갈일 생기면 왠지 모르지만 눈물바람부터 하시는 어머니 덕분에...
명절때 아니고는 엄마집에서 하룻저녁도 머물고 온적 거이 없는것 같은데
이렇게 대놓고 말씀드리니 당황하신듯 하긴 한데
별말씀 없으시다..
부딪히며 살아도 좋을것들을 너무 조심조심하며 살아서 더 힘들었던것은
아닌가...싶은 생각이 든다.
울엄니..
속으로야 어떠실지 모르지만 별 말씀 없으시니 마음이 다 홀가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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