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0

토요일~

그냥. . 2010. 8. 21. 17:44

내가 제일 좋아하는 토요일..

왜냐하면..

아침에 어느정도는 늑장 부릴수 있고..

여유 있는 날이 토요일이니까...

그치만 오늘은 예외였다.

아침부터 스케줄이 빵빵하게 짜여 있어서

작은넘 학교 데려다 주는길에 정읍 엄마네로 향했다.

옥수수가 익어가는데......하고 걱정을 하시길래..

못이기는척 옥수수도 얻어오고 엄마도 볼겸 해서 갔다.

복숭아 한박스 사가지고 들어간 엄마의 마당엔 이름 모를 빨강

꽃들이 꽃잔디처럼 펼쳐져 피어 있고

토방에서는 엄마가 참깨속의 티끌을 선풍기로 날리고 계섰다.

'아이고~ 그냥 오랑게 뭣허러 사왔다냐. 엄마가 다 있다고

암것도 사가지고 오지 말랬잖어.'

'엄마는..뭐 별거 샀다고..'

'징그랍게 덥자. 얼른 방에 들어가 사우 선풍기부터 틀어줘라..

뭔넘의 날이 이렇게 덥다냐.'

'긍게 말여. 엄마는 날도 더운디 그늘에서 하던지 하지 땀나는거봐.'

'나는 괜찮혀야. 봐라 다 햇잖어.' 하시면서 한바가지나 남은 깨를

담아 놓으신다.

'왜? 다 했구만. 끝내 버리지..'

'이따가 하지 뭐.' 하시면서 방으로 들어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일찍 가야허냐?'

'어 엄마. 말씀 드렸잖어. 큰넘 발이 그래서 끝나기 전에 가야 하기도 하고..

치과도 가야하는 날이라...'

'긍게 갸는 왜 그렇게 다리를 다쳐싼다냐. 조심혀라고 혀라.'

'덜렁대서 그러지 뭐. 걱정하지 마. 그래도 잘 댕겨.'

'사우..날더운디 어쩌 저 고추 한번 달아봤으면 좋겠는디..'

'네 그래요. 어머니.'

'내가 아무리 달라고 해도 저넘이 등치가 커서 어떻게 할수 있어야지

몇번이나 모정에 남자들 있을때 가서 부탁하려다 할라다 말았당게

몇근이나 되는지 알고는 싶은디...어디 넘한테 부탁하는게 쉬워야지.'

'어디 여기다 달면 되요' 하면서

엄마의 땀과 고생이 묻어있는 태양초 고추들을 저울에 달기 시작했다.

40근씩 비닐봉투에 담아 달아 내는데...

엄마 혼자서는 절대로 할수 없는 일이다..

고추농사도 그만 지으라고 그렇게 말씀드려도....말을 듣지 않는 엄마를....

생고추 들어날르기가 얼마나 무거운지 ...

마른고추도 이렇게 부피가 커서 힘겨운것을....

늙은 엄마 혼자 할수 없는 일들이 수도 없을꺼라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엄마집에 가면서...용돈이나 뭐 그런것을 맘껏 챙겨드리지 못하는

불편함이 있었는데..

어찌보면..

엄마한테는 종종 찾아뵙고 혼자서 할수 없는 일들을 한번씩

해결해주는것이 더큰 효도 아닐까...깨닫는다.....

나이 들어가면서..

엄마 모습에서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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