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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성큼 깊었다.
찬바람에 잔뜩 움츠린 어깨에 통증이
무거운 베낭 하나 짊어진냥..
버겁다.
춥다.
찬바람에 힘없이 뒹구는 낙엽이 되어
으스스...떨고 있다.
아침부터 바쁜 하루였다.
오늘은 금요일이고..
내일하고 모레는 뜨개방이 쉬는날..
어머닌 분명 나를 계산에 넣으시고
이모님네 토란대를 벗길 작정을 하셨을텐데..
마음이 무겁다.
오늘은 무슨일이 있어도 뜨개방에 가야는디..
안그럼 내일하고 모레 한가한날을
그냥 흘러 보내버려야 하는디...
다녀올께요~ 하고 나서는데 대답을 안하신다.
뜨개방..새 모이 만큼씩밖에 안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
마음은 불편하고, 울엄니 혼자하기 버거울텐데..싶은거다.
그래도 모른척 나온 나쁜 며느리면서..
나쁜 며느리도. 그렇다고 착한 며느리도 못되는..
서둘러 집에 오니 그새 꽤나 많이 벗기셨다.
둘이 앉아 두시간 넘게 다섯단을 벗기고 나니
해가 꼴딱 넘어간다.
울어머니 서운하셨을텐데도.. 같이 앉아
했다고 얼굴이 환해지셨다.
마음까지 환해 지셨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