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룩주룩 비 내리던 아침
간만에 큰아이와 함께 아침 식탁에 앉았다.
밤에 좀 일찍 자면 좋으련만...
반쯤 감긴 눈으로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정신이 없다.
'아들~ 눈이나 지대로 뜨고 밥을 먹어야지.'
'어? 어어....'
닭고기 미역국에 반공기쯤 밥을 말아 그래도 잘 먹는다.
메추리알 장조림에 젓가락이 가더니 헤매기 시작한다.
집으려다 미끄러지고 찍으려다 또 미끄러지고 그러기를 몇번..
내가 하나 집어 밥그릇에 놓아주며
'이것 먹어.' 했음에도 여전히 아들넘은 반쯤 감긴 눈으로
이넘의 메추리알 내가 집고 말겠어 하는듯 메추리알 집기에
온 신경이 다 가 있는듯 했다.
겨우 하나 젓가락 끝에 찍혀 입속에 넣고
밥그릇에 옮겨놓은 메추리알을 금새 찍어 먹는다.
그리고 또다시...
메추리알 집기에 도전하고..
이리 미끌 저리 미끌 미꾸라지 처럼 미끄러져 나가는 메추리알을
포기도 없이 집기 아니면 찍기에 최선? 을 다한다.
그러더니 정신 바짝 들었는지 '아하..잘먹었다. 하면서 욕실로 들어간다.
정신 차리기 위한 메추리알과의 사투였는지..
먹기위한 사투였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점심때...
작은넘하고 식탁에 같이 앉았는데
요넘도 큰넘 못지않게 메추리알 집기에 열중이다.
'왜 이렇게 안 집어지냐?'
'ㅎ..어 안돼 엄마.'
하나 집어다 줬더니 아침에 큰넘이랑 똑깥이 기어코 하나 집어 먹고는
밥위에 올려있는 메추리알을 먹는다.
아들넘들은 젓가락질을 잘 못한다.
그렇게 열심히 잔소리까지 해가며 가르쳤건만....
젓가락질 하는걸 보면 정말 답답해 꿀밤이라도 주고 싶은 심정이였는데
지금은 나름 요상한 방법으로 별 불편 없이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메추리알이나 뭐 그런것처럼 까다로운것이 아니면 말이다.
우리집에 젓가락질 지대로 되는 사람은 나 하나다.
어머니 닮아 남편이 못하고, 남편하고 똑같은 모양새로 아이들이 젓가락질을 한다.
그런것은 안닮아도 되는데...
넷이 젓가락질 하는 모습을 보면..
ㅎ...
한가족이라는거 말하지 않아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