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오늘도 좋은하루)

엄마의 봄..

그냥. . 2025. 3. 31. 23:05

엄마의 봄은 어떤 맛일까?

엄마의 봄은 바쁘다.

바람처럼 가볍게 움직이시며

이 밭 저 밭 아랫 논 윗 논

뛰듯이 걸으시던 엄마의 걸음은

세월에 치이고 세월에 닳아서

울안에 텃밭도 한없이 넓게만 느껴진다.

울 엄마의 봄은 어떨까?

겨울은 춥고 밤이 길어서 걱정

봄은 일 너무 많이 하실까 걱정

여름은 더위 드실까 걱정

가을엔 부지깽이의 도움도 못 받아

정신없이 바쁘실까 걱정

걱정 걱정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 엄마의 계절이

어김없이 오고 가고 또 오고 가고 그랬으면 좋겠다.

 

찬 기운이 느껴지는 골방에 앉았다.

계절은 분명히 바뀌었는데

아직은 좀 춥다.

겨울 추위에 비할 바 아니지만 말이다.

오전에 엄마네 다녀왔다.

봄이면 제비랑 소유권 전쟁을 치르시는 엄마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제비보다 내가 먼저 엄마네 집에 찾아가

여기는 울 엄마네 집이거든! 도장 빡빡 받아 대듯이

조류퇴치용 바람개비 비슷 한 것을 처마 밑에 

남편의 힘을 빌어 달아 놓고 왔다.

효과 있을까? 싶기도 하고

괜찮은데~ 싶기도 하고

반짝이 바람개비는 소슬바람에도 팔랑팔랑 반짝이며

돌아갈 것 같다.

커다란 새처럼 보이지 않을까?
비닐조각이 흩날려도 거침없이 달려들어 집을 지어대던 

제비도 반짝이 바람개비 앞에서는 어쩌지 못할 것 같다.

집만 짓고 깨끗하게 살아주면 이렇게까지 전쟁 치루 듯

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사람 드나드는 출입문 위에 집을 짓는 것도 모자라

노상방뇨는 또 얼마나 심한지 말도 못 한다.

사람 드나드는 곳이 안전하다 여겨 그런다 하는데

이게 어디 말처럼 낭만이어야 말이지 싶다.

올해는 엄마의 완승을 기대한다.

사실 우리 집 처마에도 몇 개 달았다.

제비도 그렇고.. 참새인지 때까치인지 처마밑에 들락 거리는데

ㅎ.. 배설물이 장난 아니라는~

멀지 않은 곳에 숲도 있고 나무도 많구먼 왜 우리 집 처마인지..

같이 살고 싶으면 예의는 좀 지켜 주면 좋으련만 말이다.

 

벌써 3월이 다 갔네..

4월이 기대된다.

아직 꽃밭에는 푸른빛 보다 흙빛이 더 많은데

지난해의 일기장을 뒤적여 봤더니

이달에 꽃들이 참 많이도 피더라고..

금방 빵긋빵긋 터질 꽃소식에 지금부터 기분이 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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