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의 봄은 바쁘다.
바람처럼 가볍게 움직이시며
이 밭 저 밭 아랫 논 윗 논
뛰듯이 걸으시던 엄마의 걸음은
세월에 치이고 세월에 닳아서
울안에 텃밭도 한없이 넓게만 느껴진다.
울 엄마의 봄은 어떨까?
겨울은 춥고 밤이 길어서 걱정
봄은 일 너무 많이 하실까 걱정
여름은 더위 드실까 걱정
가을엔 부지깽이의 도움도 못 받아
정신없이 바쁘실까 걱정
걱정 걱정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 엄마의 계절이
어김없이 오고 가고 또 오고 가고 그랬으면 좋겠다.
찬 기운이 느껴지는 골방에 앉았다.
계절은 분명히 바뀌었는데
아직은 좀 춥다.
겨울 추위에 비할 바 아니지만 말이다.
오전에 엄마네 다녀왔다.
봄이면 제비랑 소유권 전쟁을 치르시는 엄마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제비보다 내가 먼저 엄마네 집에 찾아가
여기는 울 엄마네 집이거든! 도장 빡빡 받아 대듯이
조류퇴치용 바람개비 비슷 한 것을 처마 밑에
남편의 힘을 빌어 달아 놓고 왔다.
효과 있을까? 싶기도 하고
괜찮은데~ 싶기도 하고
반짝이 바람개비는 소슬바람에도 팔랑팔랑 반짝이며
돌아갈 것 같다.
커다란 새처럼 보이지 않을까?
비닐조각이 흩날려도 거침없이 달려들어 집을 지어대던
제비도 반짝이 바람개비 앞에서는 어쩌지 못할 것 같다.
집만 짓고 깨끗하게 살아주면 이렇게까지 전쟁 치루 듯
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사람 드나드는 출입문 위에 집을 짓는 것도 모자라
노상방뇨는 또 얼마나 심한지 말도 못 한다.
사람 드나드는 곳이 안전하다 여겨 그런다 하는데
이게 어디 말처럼 낭만이어야 말이지 싶다.
올해는 엄마의 완승을 기대한다.
사실 우리 집 처마에도 몇 개 달았다.
제비도 그렇고.. 참새인지 때까치인지 처마밑에 들락 거리는데
ㅎ.. 배설물이 장난 아니라는~
멀지 않은 곳에 숲도 있고 나무도 많구먼 왜 우리 집 처마인지..
같이 살고 싶으면 예의는 좀 지켜 주면 좋으련만 말이다.
벌써 3월이 다 갔네..
4월이 기대된다.
아직 꽃밭에는 푸른빛 보다 흙빛이 더 많은데
지난해의 일기장을 뒤적여 봤더니
이달에 꽃들이 참 많이도 피더라고..
금방 빵긋빵긋 터질 꽃소식에 지금부터 기분이 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