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07

차례

그냥. . 2007. 9. 25. 11:38

정성드려 준비한 음식을

차례상에 차리는 시간이

길기만 하다.

작은아버님의 지적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진지한 모습으로 듣고 바로 고치는

남편의 손길이 조심스럽다.

십수년을 차려온 차례상이

오늘따라 유난히 길어진데는

작은 아버님만의 걱정이 계섰던

가라고..

기력의 쇠해지고...

아버님의 빈자리가 또다른 무언가로

작은 아버님을 다그치신다고...

건강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자신이 없으시다는...

하나라도 바르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작은아버님

안색에 아버님에 대한

그리움이 안개처럼 서려 있다.

하늘은 서서히 밝아지고...

내가 잊어서는 안될 몇가지를

작은아버님의 말씀을

전하는 남편의 목소리가

가슴에 콕콕 와 닿는다.

잊지 말아야지...

잊지 말아야지..

차례는 길어지고....

빈자리에 대한 어색함은...

송글송글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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