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 일찍 큰아이 집에 갔다.
요가 수업이 있는 날이라 가능한 다른 일정을 잡지
않는데
잊고 살만하니 하자보수팀이 온다고 해서 갔다.
첫 집 처리하고 두 번째 집이라고... 했는데
혹시나 싶어 일찍 갔다.
큰아이 볼 수 있을까 했는데 아이 나가고
나 들어가고 하지 않았을까 싶다.
현관에 들어서면서 보니 슬쩍 잔잔한 먼지가 눈에 들어와서
그거 쓸어내고...
가만히 앉아 뜨개질을 하다가
커피 한잔 먹고 싶어서 커피 한잔 내리다가
전기레인지 후드 필터가 눈에 들어오기에 슬그머니 갈아 놓고
커피 한잔 마시고..
안 방에 이불 정리하러 들어가서 보고 안방 베란다 한 번 청소기로 밀고~
현관 옆 화장실 슥슥 손 안 댄 듯이 닦아놓고...
하자 보수하는 거 지켜보고..
연세가 제법 드셨는데 아주 꼼꼼하게 조용하게 잘해 주신다.
고맙다. 어쨌건 성의껏 처리해 주시는 분들 보면 감사하다.
창 틀에 먼지가 보여 여기저기 먼지 닦으며
그렇게 요란스러운 바람의 흔적이 여기에도 남았구나 하며
엄마가 한 번 슬쩍 닦아놓고 갔으니
먼지가 앉으려다 미안해서 다른 데로 날아가 줄지도~라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며...
아들이 부탁해서 왔지만
다녀가지 않은 듯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바람처럼 쑤욱 빠져나왔다.
내 공간에 아들이 들어오는 건 당연한 거지만
아들 공간에 내가 들어가는 건 그냥 바람처럼 스으윽
그렇게 흔적을 남기지 않으면 좋겠다.
알게 모르게 살짝 밝아지는 마술만 부리고... 쓱~
봄비를 기다린다.
봄비를 기다리는 건
단지 단순한 감성 때문만은 아니다.
바람따라 확산되는. 화염을 잠재워주길 바라는 마음과
나가도 되는지 망설이고 있는 새싹들에게
나와도 된다고 일깨우는~
부풀어 오른 꽃망울에게 펑 하고 떠질 용기를 줄
그런 봄비를 기다린다.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봄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텃밭에 뿌려놓은 씨앗들에게도 비는 아주 좋은
마중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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