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한점 없는 십이월의 마지막날 밤 하늘에
은쟁반을 닮은 달 하나와 기운없는 별빛들이 오순 도순
저물어가는 한해를 돌아보며 진지하다.
너무 맑아 그 깊이를 알수 없는 호수마냥
별빛이 스르르 달빛속에 스며 들어 버린다.
별과 달이 하나가 된듯한 하늘과...
꽁꽁 얼어 붙은 도로 위엔 거침없이 달리는
차량은 간데없고 찬바람만 쌩하니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윗동네에서 저녁 먹으러 오라고 해서 남편이랑
다녀 오는길..
다른날 같으면 그리 멀지 않은 거리라해도 차로 쌩하니
달려갔다가 돌아왔을텐데...
온 세상이 아이스링크장이라는 막둥이넘의 말처럼
반짝이는 도로가 무서워 걸어 갔다.
뽀드득 뽀드득 밟히는 눈의 그 소리가 얼마나 재밌던지
짝사랑 하는 사람의 가슴에 내 흔적을 새겨 넣고 싶은
그 마음으로
백설기처럼 곱기만 한 눈위를 통통통 뛰어 다니며
내 흔적을 콕콕 찍어 넣었다.
뽀드득 소리가 진짜루 나네~
새삼스럽게 즐거워 하는 우리집 남자랑
별과 눈맞추며 달빛의 에스코트 받으며
돌아 왔다.
십이월 삼십일일 밤
눈으로 뒤덮힌 밤길을 이렇게 별보며 달보며 걸었노라고..
오래도록 그렇게 기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