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왔다.
제법 이쁘게 내렸어.
눈이 오는 거리를 국수랑 걸으면서 옛 생각이 나드라고..
어린 시절 겨울방학이었던 것 같아.
눈이 너무너무 이쁘게 내려서 동네 한 바퀴를 돌고 들어왔는데도
너무 아쉬운 거야. 그래서 한 바퀴 좀 크으게 동구 밖으로 해서 뒷산 자락으로
해서 앞 냇가까지 눈이 나인듯 내가 눈사람인 듯 그렇게 걷고
싶어 같이 할 사람을 수소문했는데
아무도 내 말에 귀 기울여주지도 내 옆자리에 서 주지도 않았어.
눈이 너무 많이 온다는 춥다는 옷이 다 젖는다는 이유들을 대면서..
결국 혼자 걸을 용기가 없어.
말아야 했던 아쉬움이 지금도 느껴지는 건...
눈 이쁘게 내릴 때마다 종종 떠오르는 기억이다.
눈이 잠깐씩이라도 자주 오는 게 좋은가 어쩌다 한 번이라도
폭신하게 쌓이게 오는 게 좋은가 생각해 봤는데
뭐 둘 다 나름 괜찮지 싶은 거야.
오늘은 눈이 참 이쁘게 내렸어. 그 흔적은 오래가지 못했지만 말이야.
요일이 지나가는 건 고양이 누리네 덕분에 알겠는데
날짜가 바뀌는 건 잘 모르고 산다.
오늘이 며칠인지 명절이 언제인지 관심이 없다.
그만큼 편안해졌다는 건지 세상사에 무관심해졌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어쩌다 달력을 보니 오늘이 그새 20일이라는 사실이 반갑네.
날짜가 커질수록 유독 반가운 달이 있다.
앞에서 지출이 많아서 뒤로 갈수록 졸라 메야할 때
이번 달이 그렇다.
실 사는데 지출이 많았다.
남은 건 장갑 세 켤레, 소파 매트 하나 그리고 둥이 모자
실은 쌓이고 지출도 쌓였다.
그래도 읽지도 못하는 책 과소비하는 거 보다는 괜찮은 거 같다.
책은 한 번 눈에서 멀어지고 책꽂이에 자리 잡아 버리면
어지간해서는 다시는 손에 잡히지 않는데
실은 지금 못쓰면 이따 쓰고 이 따도 못쓰면 내년에 쓰면 되고..
근데 뜨개질 덕분에 게으름이 서리꽃처럼 찬란하다.
엉덩이 붙이고 앉으면 일어나 움직이기가 싫어 큰일이다.
겨우 밥해먹고, 설거지하고..
집안 꼴이 말이 아니다.
다들 무던해서 그렇지 누가 볼까 겁난다.
내 본업에 충실한 삶을 살아라! 하고 따끔히 야단 좀 맞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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