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불친절한 도안을 만났다.
불친절하다기보다는 내가 서술형 도안에
길들여져 있는 탓인지도 모르겠다.
거기다가 도안 플러스 동영상으로 중요 포인트를
가르쳐 주는 분들이 많아서 거기에 길들여진 탓이겠지.
너무 많은 도안들이 있다.
너무 많은 예쁜 뜨개들이 있어서
나는 지금 뜨고 있는 것 말고도 몇 개는 더 뜨고 싶은 것들이
늘 밀려 있다.
그때 그때 바뀌기도 하지만
그만큼 뜨개 도안이나 동영상은 넘쳐나고
따라가는 나는 늘 바쁘게 움직여도 욕심껏 채워지지 않는다.
뜨개를 하는 이유는 별거 없다.
그냥 재미 있어서..
그리고 가만히 앉아 있기에는 손이 너무 심심해서..
이번 도안은 일러스트 도안이다.
말 그대로 글씨가 거이 없다.
틀리기 쉬운 부분을 짚어 주면 좋으련만..
만든 사람은 전문가니까..쉽겠지만
나 같은 사람은 헛갈린다.
도안만 제대로 볼 수 있으면 문제 없다고는 하지만..
나처럼 문제가 되는 사람에게는 좀 불친절한 도안이다.
하긴 도안과 동영상에 기대다 보니 내가 퇴보한 경향도 있다.
예전에는 혼자서도 어떻게든 만들어 냈는데
물론 완성도는 떨어졌지만..
그런데 지금은 도안이 없으면.. 엄두 자체가 안 난다는..
이게 바로 스마트폰이 있어
외우는 전화번호가 없어진 거랑 같은 현상인가 싶다.
아침에 요가 가기 전에 요크 늘림 부분 다 끝내고
소매 암홀 부분 분리하는데
알듯 모를 듯.. 애매모호하다.
그래. 급하게 하다가 틀리지 말고 요가 다녀와서
천천히 하자 싶었다.
그리고 오후.. 아... 이런 말이구나.. 싶어
뭔가 좀 이상하고 부자연스러웠지만
뜨개는 도안 만드는 사람 마음이고 정석이라는 것이 없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쫌 꺼림칙했지만...
이해했다는 뿌듯함에 열심히 뜨기 시작했다.
저녁 먹고 일곱 시 반쯤부터 지금 이십여분 전까지.. 뜨고
오늘은 그만하자.. 손 놓으며
아무래도 뭔가 이상하다 싶어 도안을 뚫어져라 바라보니
그제야 보이는 것들..
이해되지 않던 부분들에 대한 이해..
왜 그때는 안 보이고 이제야 보이는지..
풀었던 떴다 하는 것이 일상이라고는 하지만..
나는 오늘도 네~ 다섯 시간은 공들인 뜨개를 내일 아침부터 풀어야 할 것 같다.
지금 손을 대어 놓을까.. 하다가
아니다 싶다.
지금 손대면.. 분명 날이 넘어갈 거고...ㅎ...
그럼 또.. 내일 아침은 피곤하겠지.
급한 숙제도 아니고, 재촉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도 없으니
이제 이해되었으니 풀어 다시 시작하면 되는 거다.
오늘 오후에 손놀이 한 시간만 지우면 되는 거다.
뭐 그거야 일상다반사 아닌가....
세상 이치도 그랬으면 좋겠다.
다시 살 수 있는 기회라는 게 생긴다면 어떨까... 싶은..
근데 그럼 실수 수정 하느라 아무것도 못할지도 모르겠네...
날이 제법 춥다.
4월도 삼일 차...
이 차가운 느낌의 봄이 포근한 느낌으로 후다닥
바뀌었으면 좋겠다.